지난 가을, 안효주 셰프님 인터뷰를 준비하며 강지영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.
그때 선생님이 제안하셨죠.
"한국의 F&B 마스터들을 한자리에 모셔봅시다!"
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리고, 기획안과 정성스러운 편지를 써 내려가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.
그렇게 맞이한 인터뷰 당일, 하얗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. 길이 얼까 조마조마했지만, 셰프님들은 워낙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셔서 타자 치는 기자의 손가락에 불이 날 지경이었죠.
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길. 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.
황금이라 다 빛나지 않으며,
헤매는 자 다 길 잃지 않네.
오래되어도 강한 것 시들지 않고,
깊은 뿌리엔 서리 닿지 않네.
– J.R.R. 톨킨, <반지의 제왕> 中
70~80년대, 호텔 주방이라는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이들. 4년 6개월 동안 밥만 짓고, 연탄 화로로 300인분을 조리하고, 임신한 채로 비번 날 출산하던 시절. 그들은 헤매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, 길을 잃은 게 아니었습니다.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.
그 깊은 뿌리 위에서, 지난 12월호에 소개한 영 제너레이션이 자유롭게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.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기반을 다진 이들이 있었기에, 오늘의 젊은 셰프들이 당당히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죠.
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건 아닙니다. 진정한 가치는 조용히 빛나고, 그 빛은 세대를 넘어 이어집니다. 눈발이 날리던 새해 어느 오후,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후배들에게 나침반이 되기를, 한국 F&B의 다음 30년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.